전체 글 117

10. 10월의 마지막 날

이태원 참사로 애도의 물결이 넘치는 이시간, 앞으로 우리들에게 10월의 마지막은 어떻게 기억속에 남겨질까 생각이 드는 밤이다. 애도 속에서 10월 31일 마지막 밤은 개인적으로는 폭풍처럼 지나간 10월 일정을 마치고 간만에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몸은 바쁘고 해야할 일로 마음은 부담감을 지운 채 보냈던 나날 속에서도 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자리잡고 있다. 두 달전 친한 언니와 전화로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서운한 감정 끝에 아직까지 서로 연락을 안하고 있다. 좋아하는 언니인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하고 서운하고 화도 나고 그렇다. 내 마음이 어떤지, 왜 그렇게 됐는지, 언니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속에 내 자신을 들여다봤다. 성찰이란 단어가 이럴 때..

2022년 임인년 2022.10.31

9. 그리움 가득한 방

아이가 떠난 공부방을 정리해서 내가 사용중이다.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잘 쓰고 돌려 준 내 아이패드를 수납장에 세워 두다가 오늘에서야 유튜브 음악을 들어본다. 아이의 알고리즘으로 올라오는 추천곡 중 밤에 듣기 좋은 리스트를 플레이 시켰다. 갑자기 아이가 보고싶은 마음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저녁에 아이로부터 겨드랑이 종기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는 카톡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아이가 들었을지도 모를 이 음악에 감정이 동요된다. 입시가 끝나자마자 양쪽 눈에 다래끼, 겨드랑이 종기와 다리엔 습진으로 병원을 줄줄이 다녔던 겨울이였다. 생활식습관과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건데 같은 자리에 다시 종기가 났다고 하니 현재 아이가 어떻게 먹고 다니는건지 걱정이 이만저만 드는게 아니다. 거리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병원가기가 여의..

2022년 임인년 2022.03.16

8. 무쇠밥 짓기

나의 세번째 밭솥이 된 무쇠솥 결혼해서 산 10인용 쿠쿠전기압력밥솥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무조건 밥이 최고였고, 집들이나 친구 등 손님초대로 집밥하는게 당연해서 큰 밥솥을 사야만 했었다. 쿠쿠압력밥솥도 한 10년을 쓰니 누룽지도 아닌 듯 사알짝 누른 밥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누룽지로 밥을 지을 수도 없고. 1년에 한 두번 제 역할만 할 뿐 늘 바닥에 깔리는 정도의 밥이 싫어졌다. 두번째로 선택한 밥솥은 2~3인용 풍년압력솥. 가스불에 사용하는게 불편할 수 있어도 원하면 누룽지를 제대로 만들 수 있고 전기압력밥솥보다 밥짓는 시간이 덜 걸려 좋다. 말이 2~3인용이지 6~7인분도 거뜬하다. 밥 한공기의 표준이 예전보다 많이 작아진 탓이지만. 작은 닭 한마리로 백숙 요리까지 해주는 이 압력솥은..

2022년 임인년 2022.03.15

7. 고잉 그레이- 흰머리염색 중단 4개월째, 모다모다 샴푸 사용 한 달 반

"흰머리 염색을 안하고 싶은데 그러고 다니기엔 나이가 젊어 주변인들의 말 한마디 듣는 것들이 불편할 거 같다. " 몇 년전 친목모임 '모인'의 연말모임때 회원들끼리 각자의 고민을 종이에 적어 다른 회원이 그 고민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이 글의 첫 문장은 바로 그때 내가 적어낸 고민이다. 40대 초부터 늘어난 흰머리가 급격이 늘더니 지금은 반백인듯 하다. 염색에 대한 두피와 탈모가 걱정되어 아예 염색을 안하고 싶지만 안하고 다니기엔 젊어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보는 시선들, 물어보면 답할 일들 또한 피곤한 감정노동이 될 것이 뻔했다. 내 고민쪽지를 잡은 회원과 다른 회원들 모두 내가 원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있냐, 원하는대로 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

2022년 임인년 2022.03.12

6. 누가 막을소냐

한 달 전만해도 딸아이의 미술입시 실기를 친다고 여러 도시를 2,000km나 달렸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 일같다. 아이 시험은 핑계고 집을 벗어나 1박을 한다는 것과 새로운 도시를 가 본다는 것에 신나기만 했었다. 너무 신난 내 마음이 다행히도 미안할 일 없게 아이는 지원했던 4개 학교 모두 합격하여 일찌감치 원하던 학교로 등록했다. 아이는 원없이 놀고 있다. 중,고시절 6년만에 처음 갖는 완벽한 해방감이리. 오미크론 확산보다 더 강한 욕망으로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미술학원 친구들을 만나며 즐겁게 보내고 있다. 행여 사고라도 날까 밖에서 놀면 주의 주고 캠핑장은 따라가고, 집으로 초대하는거는 다 허락해 주고 있다. 밖에서 노느니 차라리 집이 낫지. 재수하려는 친구들, 대학도 전공도..

2022년 임인년 2022.02.18

5. 마이 카

정말 계획에 없었던 차를 작년 연말에 구매했다. 남편이 진급하면서 회사통근버스 대신 자차출근을 하게 됐다. 졸지에 차를 남편에게 넘기게 되니 코로나로 일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외에 활동하던 것을 차 없이 지내니 몇 주동안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였다. 결국 고민 끝에 차를 사기로 하고 중고차를 물색했다. 내 필요로 사는 것이니 내가 유지관리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쪽으로 떠안았다. 정말 날벼락같은 일이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엔카를 통해 알아봤는데 점차 전기차의 추세로 기우는 시점이라 현대나 기아의 중고차 시세가 많이 높아져 선택에서 벗어났고, 가격과 주행거리와 옵션, 컨디션 등을 따져 가장 최선으로 선택된 차가 르노삼성의 SM3다. 보험료때문에 비록 차량 명의는 남편..

2022년 임인년 2022.01.19

4. 결혼 축하합니다~

주말에 결혼식 참석차 대구에 다녀왔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예전에 남편과 함께 일했던 동료의 아드님 결혼이다. 사람의 인연은 참 오묘한 것이 옛 동료의 아들이자 신랑되는 사람은 이번에 남편이 새로 이끌게 된 팀원이기도 하다. 어버지와 그 아들과 같은 동료로서 이어지는 인연이라니. 아주아주 오래전 우리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책정리 한다면서 교원인가 웅진꺼 책 한 질을 주셔서 정말 잘 읽히기도 했다. 그 책의 주인이었던 아이가 성장하여 이렇게 사회인이 되고 결혼한다고 하니 흘러간 세월이 실감됐다.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2022년 임인년 2022.01.17

3. 아무튼, 부산

집을 나서야 하는 경우는 여러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이런 경우에도 기분좋게 하루를 보내도 괜찮은걸까. 3년동안 화실을 다니며 준비한 실력들을 드디어 평가를 받아야 하는 날들이 왔다. 이번 정시에서 첫번째 도전을 치뤄야 하는 곳은 부산대이다. 오전 9시 반까지 입실해야 되는데 당일 일찍 진주에서 출발하여 가기엔 불안해서 전날 밤에 부산에 가기로 했다. 옆동에 살고 같은 화실을 다닌 친구도 같은 과로 지원했기에 친구 엄마랑 넷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 친구 엄마도 사천에 살았을 때부터 알던 사이이고 지금도 같은 아파트에서 모임을 함께 하는지라 동행하는 시간이 좋을거라 여겼다. 호텔은 며칠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저녁 6시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진마대로 국도로 달리다가 진성 IC에서 고속도..

2022년 임인년 2022.01.13

2. 진주문구연구회 1월 정모

소소책방 조작가님 이하 망경동의 옛 친구들과 결성된 문구모임이 정식적으로 작년 12월에 결성되었다. 문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모임. 이 덕분에 문구덕후는 아니어도 덕후들 틈에 끼게 되었다.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만년필과 잉크, 다이어리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만년필을 시필해봄으로써 의견을 공유하고, 중고 구입기 얘기도 들어보며 각자 갖고 싶은 만년필에 눈도장 꽝꽝 찍어 보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만년필들을 보면 소유자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단아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배럴이 브라스나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커피만큼이나 만년필의 세계도 복잡하고 세심하게 다뤄줘야 하고 까다로우며 잉크와 종이까지 무궁무진하게 파생된다. 다양..

2022년 임인년 2022.01.09

1. 다시 처음처럼

자판위의 손이 어색하다. 블로그의 마지막 글이 작년 11월 24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날짜를 보니 한 달 반뿐이다. 왜 이리 아~주 오랫동안이란 생각이 들었을까 잠시 손놀림을 멈췄다. 지난 11월, 12월은 마음이 참 고되었다. 아이의 대학 수시 실기전형을 준비하면서 전혀 생각치 못했던 학교 담임샘과 갈등을 겪으며 아이나 나나 둘다 받았던 심리적 압박감과 결국 원하던 수시의 결과를 얻지 못한 실망감의 여파가 생각보다 길어 힘들었다. 게다가 아이를 설득해 수시 원서를 한 학교에만 넣었던 거라 다시 정시 수능 실기전형을 준비하는 아이로부터 가끔 '수시 때 원서를 더 넣었어야 했어'라는 원망섞인 말도 들어야 했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였음을 부모로서 자신하지만 수능이 끝나도 계속 ..

2022년 임인년 202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