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머무르다 3시가 넘어서 산책을 나갔다. 날이 좋아 그냥 동네를 어슬렁 걷기만 해도 괜찮다 싶어 남편과 강변의 녹지공원을 따라 걸었다.

가만 보면 상수리과인지 도토리열매 같은 열매가 보인다. 공원내 이런 나무가 쭈욱 서있다. 갑자기 모든 열매가 익으면 따다가 산에 뿌려주어 다람쥐 등 산짐승들 먹이로 주고 싶단 생각을 해봤다.


팔랑거리던 노랑 나비 살포시 앉아 있는 모습도 구경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봤다. 밝은 빛에 초점을 맞출 새도 없이 무조건 눌렀다. 이미 내가 담고자 했던 나무 위 하늘의 새 이미지는 놓쳐버린 뒤지만 다행히 새가 담겨지긴 했다.

조심해!!!!!
남편이 밟으려는 땅위의 시커먼 개미떼를 보고 외친 외마디에 남편은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밟지 않았다. 민족 대이동이군.


동네 메타세콰이어의 잎들이 색이 변하는 중이다. 전날 창원에서 본 잎이 푸르른 메타세콰이어와는 대조적이다. 우린 왜 두 곳의 나무 색이 다를지 궁금했다.
도로가의 벚나무 잎들이 단풍 든 모습을 보며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단풍이 이쁘게 들지 않을거라고 말하더니 동네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여름의 더위와 연관을 짓는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창원이라고 여름 더위가 없었던 것도 아니므로 다른 원인을 생각해 봤다. 즉 공원 속 메타세콰이어의 성장 환경이 당연 월등하게 좋을 수 밖에 없다. 자연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나무도 변하는, 지극히 순리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반면 창원의 가로수길 메타세콰이어는 부리가 보도블럭에 갖혀 제대로 빗물을 흠뻑 먹지도 못하니 자연의 변화를 늦게 감지 하는 거라고 생각해 봤다. 암튼 동네 공원의 나무들은 가로수가 아니어서 행복한 나무들이다. (이건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 본)

좀 쉬기로 하고 코트장 옆 벤치에 앉아 이미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 겨우 서브 한 번에 한 번 넘기는 정도였다. 느닷없이 남편은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같이 치자고 하고 아이들은 또 흔쾌히 허락했다.
그 중에서 실력이 좀 나은 아이가 첫 상대였는데 라켓이 여유 있는지라 나머지 두 아이들이 합세를 하여 3대 1로 쳤다. 상대편 어른이 공을 살려 넘겨주니 아이들은 제법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난 옆에서 "나이스~~" 하며 아이들이 공을 받아 넘길 때마다 추임새를 넣어 줬다.
아이들끼리 놀 시간을 뺐는 것 같아 아이들끼리 치라고 하고 라켓을 빌려 남편과 난 둘이 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내 우리 쪽에 붙어서 본의아니게 복식경기가 되버렸다. 아무래도 공을 잘 넘겨줘서 좋았던 모양이다.
모처럼 아이들과 노니 옛날 딸아이 어릴 적 놀던 때가 생각 나서 유쾌했다. 헤어질 때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유독 실력이 좀 나았던 아이도 고마웠던지 인사를 씩씩하게 잘 해주어서 예뻤다. 다음에 또 운좋으면 만나자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얘기하고우리의 갈 길을 재촉했다.

신안동 주택지구쪽으로 턴 했다.
요즘 무인점포들이 늘어 나는 추세같다. 주로 무인카페들이고, 밀키트 무인점포도 한 군데 봤는데 여기선 정육 무인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또 어떤 무인점포들이 생길까.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오후 6시가 되어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10호광장쪽 탑마트 사거리에 새로 생긴 <상무초밥>으로 갔다. 차를 타며 지나 갈 때마다 배달도 된다는 홍보문구가 눈에 띄어 가보고 싶었던 차였다.

실내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많은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손님들이 많아 우리가 입장하여 대기번호 2번째로 등록하여 기다리고 메뉴를 골라 주문하여 음식이 나올 때까지 30여분 걸렸다.


"오늘의 모듬 초밥"이다.
밥을 잘 뭉쳐서 생선과 잘 밀착되어 먹기에 좋았다. 얼마전 밥이 잘 뭉쳐지지 않아 초밥을 젓가락으로 들 때 밥이 조각으로 떨어져 먹는 내내 불편했던 초밥집과 비교하면 훌륭했다.
유독 강하게 톡 쏘는 생와사비도 좋았다. 담엔 점심 특선을 먹어봐야 겠다.


식당을 나와 다시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다.
걷다가 또 눈에 들어오는 맨홀뚜껑의 그림. 요런거 참 좋다. 진주를 알리는 상징물들.
날이 좀 어두워지기도 해서 일단 사진을 찍고 이 글을 쓰며 자세히 보게 되는데 많은 걸 담으려한 노력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진주를 위해 촉석루와 남강, 의암, 유등은 기본이지만 항공우주 진주라면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날으는 비차가 있다. 비차가 있는 거로 봐선 이 디자인으로 맨홀뚜껑을 바꾼게 1,2년 이내의 일 같다. 코로나 직전에 진주시에서 비차 테마공원을 만드는 문제로 역사적 사실을 두고 좀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맨헐뚜껑의 그림에 비차가 반영된걸 보면 진주시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나보다.
주말 오후를 나른하게 보내며 주저리 주저리 글로 쓰다보니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끄~~~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