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11. 김장김치를 보면 늘 생각나는 사람

저는시간여행자입니다. 2020. 12. 10. 22:41

요즘 반찬 없어도 밥 한그릇 뚝딱 먹을 수 있게 하는 실속템이 바로 김장김치다.
김치통에서 반쪽 떼어내어 꽁지만 자르고 그대로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린다.
너무 풋풋하지도 익지도 않은 김장김치의 아삭한 식감이 좋다. 시골 큰형님이 보내주는 김장 김치는 최근 몇 년사이 건강을 위해 짜지 않게 담아서 요즘 같은 때엔 한끼 식사에 김치를 많이 먹게 된다.

올핸 코로나때문에 시골에 못가서 편히 택배로 받아 먹고 있지만 김장철이 되면 늘 생각나는 사람은 시어머니이다. 사실 시어머니 생각은 자주 하는 편이다. 식탁에 앉으면 내 눈 앞에 보이는 피아노 위에 우리 딸 유치원 졸업사진과 함께 나란히 어머님 영정사진이 있어서 생각나는데 한 몫 하지만 말이다.

오래전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정정하실 때, 김장을 하기 위해 시골에 가면 집안 분위기가 좀 싸 할때가 있다. 시누이들의 김장 몫 때문에 형님과 어머님의 갈등이 있곤 했다. 형님 얘기 들어 보면 형님 얘기가 일리 있고, 어머님 얘기 들어 보면 어머님 마음이 이해가서 둘째 형님과 나는 어느 편도 들 수가 없으니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때로는 한 사건인데 양쪽의 말들이 달라서 속으로 웃을때도 있었다. (같은 사건이 맞는겨? 할정도로)

자식들한테 마음껏 챙겨주고픈데 이미 곳간 열쇠는 맏며느리에게 있으니 속상하셨을 법한 시어머니는 늘 우리 친정엄마에게 ' 사돈은 좋겠소~'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만해도 친정엄마는 홀로 사셨기에 마음껏 나에게 챙겨 주니 시어머니는 그게 부러워 저리 말씀하셨던 건데 그걸 듣는 나는 또 시어머님이 짠해지며 부모의 마음은 그저 늘 자식뿐이구나 생각했다.

남편이 막내라 우리 친정엄마하고도 제법 나이 차이가 있어서 나에겐 오히려 할머니 같았던 시어머니는 비유맞추기가 참 어려운 분이셨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친정엄마보다 더 회자되는 일들이 많다. 이미 돌아가셔서 그런걸까? 시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빤히 보면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진다. 친정아빠 돌아가실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나는 시어머니 돌아가실 때 참 많이 울었다. 어렵기만한 어머니를 그리 많이 울만큼 좋아하진 않은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김장김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고 저녁을 준비했는데 남편은 피자를 손에 들고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