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어찌이리 빨리 지나갈까.
친정엄마는 1차 접종 후 벌써 3주가 지나 2차접종을 맞으셨다.
지난번에 2시까지 오라는거 20분전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있어 대기시간이 길어 이번엔 딱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164번 대기표를 받았다. 지난번엔 20분전에 도착해도 244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이번엔 많은 사람이 안온 듯하다.
집에서 출발할 때 주민센터 옆에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걸 봤었다. 아마도 백신을 맞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아마 버스에 의해 단체로 온 사람들이 같은 시간으로 몰리다보니 혼잡하고 대기시간이 길어 분산시킨 듯하다.

이외에 좀 더 개선 된 부분이 보였다.
기둥 벽에 모니터를 설치하여 입장할 때 받은 번호를 호출하면서 개인확인 접수 창구 번호까지 지정해줬다. 조금이라도 빠른 접수창구 줄서기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또한 무엇보다도 1차 접종 때 운영진들이 일일이 목청 높여 번호를 부를 필요도 없게 되니 업무강도도 낮아졌을거다. 분위기가 좀 더 차분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다음은 예진표를 대기하는 동안 내가 엄마대신 미리 꼼꼼하게 작성을 했더니 예진표작성대를 패싱하여 바로 의사 면담 순서로 보내주었다. 훨씬 운영부분에 있어 융통성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도착하여 접종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상징후 관찰까지 포함하면 총30분 소요. 지난 번엔 대기만 40분 한거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접종자의 접종 시간을 분산시켜 오게 한 부분이 이런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들은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최종적으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신분증마냥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이 종이 한 장을 막상 보자니 왜이리 마음은 헛헛한 걸까.

COOV 어플을 통해서도 예방접종 증명서를 확인할 수 있다.

빠른 접종으로 오후 시간을 보너스로 얻게 되어 바로 옆에 있는 초전공원에서 여유있게 산책을 했다.
푸드트럭에서 산 시원한 아이스라떼 한 잔 곁들여 벤치에 앉아 엄마의 늘 똑같은 가슴 아픈 레파토리를 듣기엔 초록과 오후의 부드러운 빛이 아깝기도 했다.
"엄마, 이렇게 말하면 엄마 마음이 후련해? 아니면 그때의 아프고 화난 마음이 올라와 힘들어?"
후련하다는 엄마의 대답이 다행이긴 하다. 과거의 힘든 시절은 이런 눈부신 날 행복한 순간에도 쉬이 회자되곤 한다. 매번 과거를 꺼낼때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후련하다면 이또한 치유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역할은 이런거다. 귀기울여 들어드리고 같이 맞장구 쳐드리고.
며칠 전 엄마랑 얘기하다가 외할머니가 딱 지금의 엄마 나이에서 10년을 더해 돌아가셨다라는 엄마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겨우 10년이라니. 10년은 남편의 은퇴시점이고 은퇴후의 삶만 생각했지 엄마가 어쩌면 안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10년이내의 시간을, 나의 50대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이 더 보태어졌던 순간이였다.
지금의 아픈 모습이라도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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