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91. 천상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저는시간여행자입니다. 2021. 8. 31. 22:52

천상병 시인의 시집<요놈 요놈 요이쁜놈>의 필사를 시작하면서 시집 표지에 소개된 수필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가 눈에 들어왔었다.
"요놈! 요놈! 요 이쁜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좋다! 좋다! 좋다" 등 세번 되풀이 말하는 천상병 시인의 이 어법이 그를 대표하는 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수필로 만나는 천상병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좀더 입체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중고서점을 통해 구입한 책이 드뎌 도착했다.



90년 정가 3,500원의 초판본은 중고가 2000원과 배송비 2500원, 총 4500원 결제 클릭 한 번으로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됐다. 초판본이란 단어가 주는 희소성의 가치를 더 느끼게 해줘서 기쁜 마음으로 표지를 넘기는데 초판본의 운명처럼 첫 주인의 흔적을 마주하게 됐다.

일본으로 떠나는 희남씨를 보내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하고자 이 책을 산건지, 아니면 아쉬운 마음때문에 희남씨가 한국에 남아있을 이에게 사 준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는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지 짐작이 간다. 희남이란 사람은 어떤 이유로 일본에 갔을까. 이 둘의 관계는 어떤 사이였을까. 첫 주인의 바람대로 모든 상황이 괜찮을거라고 미래의 내가 과거의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책속의 책갈피.
서점에서 만든 책갈피가 아닌 출판사 책갈피이다.
출판사 이름은 "도서출판 강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이 출판사 이름 강천은 출판사 대표의 이름이다. 이 출판인은 이후 다른 출판사를 차렸을까 아니면 다른 쪽으로 전업했을까. 애정이 가는 사람의 책이라 그런가. 참으로 꼼꼼하게 눈길이 가지는구나.



이 수필집은 출판사의 사정으로 84년도에 나왔던 <구름 손짓하며는>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책이 중단되어 두 권에서 추린 것과 60년도 후의 원고를 정리하고 나머지는 출간당시 근자의 글을 모아 낸 것이라고 소개되었다.

목차를 보면 마치 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듯, 인간 천상병은 이런 사람임을 보여준다. 자신의 주변인 및 신상과 민영 시인과 김훈 기자가 천상병 시인에 대해 쓴 글들, 천시인의 문학론 그리고 날카로운 비평가로서도 활동했다는데 다른 작가의 작품 비평글까지 실려 있으니 출판사 책갈피에 적힌대로 "천상병의 휴먼에세이"라고 가히 평할만하다.



목차를 훑으며 눈에 들어온 "김 훈 기자" 네 글자. 혹시 소설가 김 훈?
찾아보니 맞다.
김훈 작가의 인물정보에 의하면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이력과 94년도에 등단했다고 나오니 등단 전 한국일보 기자로서 천상병을 평한 글을 쓴 이가 김훈 작가가 맞다. 김훈 작가와 천상병 시인의 인연이 각별하였나보다.




요놈 요놈 요놈

김훈 작가의 이 글을 통해 책 제목이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로 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써야하는데 마치 언박싱 같은 글이 되버렸다.
작년에 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을 필사했었는데 왠지 이 수필집도 필사를 해야겠단 강한 마음이 든다.
얼른 필사 완필을 기념하는 글이 올려지기를 고대하며...

'2021년 신축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97. 연암도서관만 가을이네  (6) 2021.10.06
92. 청춘  (10) 2021.09.02
87. 발견의 기쁨  (6) 2021.08.24
86. 독자가 책을 선택하듯 책 또한 독자를 선택한다.  (8) 2021.08.18
85. 벌써부터 그리운 친정엄마  (13) 2021.08.17